정하슬린
테이블과 작업 노트
테이블은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과거의 것을 현재로 이어주는 매개체다. 평평한 나무판자를 막대 네 개로 지지하는 단순한 구조는 꽤나 견고하지만, 이것은 가변적인 역할을 가지는 공간이다. 테이블은 식사를 즐기는 식탁이자 여럿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몰입하는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그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오래된 물건들. 작업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백조 형상은 우아함을 상징하며 전통적으로 장식품에 많이 활용되었다. 그간 나는 장소와 분위기에 맞게 변형되어 온 백조 모양 장식품들을 수집했다. 냅킨이나 수건을 접는 방법부터 저마다 다른 형태의 쿠키틀, 식탁보 자수 도안까지. 모두 백조 형상을 표현하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공예의 언어로 번역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물건들을 모아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백조를 매개로 자신만의 팁(tip)을 전수해 주는 것 같이 느껴져 재미있다.
‘스와치(swatch)’ 혹은 ‘샘플러(sampler)’는 텍스타일 견본을 모아놓은 컬렉션이다. 스와치에는 계절의 분위기, 패턴과 색상의 가능성, 그리고 매체의 기술적 표현의 가능성이 담겨 있으며, 보통 패브릭 제품을 실제로 제작하기에 앞서 컬러나 소재감을 살펴보고 완성될 모습을 상상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오래된 스와치 모음을 보며 나는 페인팅 레시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컨대 물감과 미디엄의 배합과 조합으로 달라지는 투명도와 질감 차이, 색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색면을 조합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 미완성 작품에서 잘라낸 유용한 실패값을 활용할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고 쿠키틀을 맞붙여 찍어낸다. 최대한 재료를 아낄 수 있도록. 쿠키를 굽고 남은 반죽. 남은 쿠키 반죽의 형상에서 이유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남은 반죽은 꾸미거나 장식을 위해 임의로 남긴 것이 아닌 효율성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다. 고민 끝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기에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는 것. 합리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곧 버려져 효용을 다할 지도 모르지만.
과거부터 여러 이들의 해석을 통해 변형되고 반복된, 문화적 모티프들을 재료 삼아 기억을 형성하는 이미지를 탐구해 보려고 한다. 캔버스를 테이블처럼 뉘여, 도처에 널린 과거와 미래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늘어놓고 지금 여기에서 층을 더해 나간다. 내가 말하는 층이란, 층과 층 사이에서 서로를 더 잘 매개하고, 물질과 이미지 사이에 위치하며, 지금 여기 놓인 것들이 나에게 어떻게 왔을까 골똘히 생각하게 해주며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과정까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매개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물감층이다. 캔버스는 테이블이 되어 요리가 되고, 벽에 걸려 다른 작업들과 어우러지고, 창이 되어 사람들과 만난다. 나는 누군가가 전해주는 오래된 비법 레시피처럼 테이블로부터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것만을 작업 위에 놓아 보고 싶다.
그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오래된 물건들. 작업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 다양한 백조 장식
백조 형상은 우아함을 상징하며 전통적으로 장식품에 많이 활용되었다. 그간 나는 장소와 분위기에 맞게 변형되어 온 백조 모양 장식품들을 수집했다. 냅킨이나 수건을 접는 방법부터 저마다 다른 형태의 쿠키틀, 식탁보 자수 도안까지. 모두 백조 형상을 표현하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공예의 언어로 번역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물건들을 모아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백조를 매개로 자신만의 팁(tip)을 전수해 주는 것 같이 느껴져 재미있다.
- 패턴 견본집
‘스와치(swatch)’ 혹은 ‘샘플러(sampler)’는 텍스타일 견본을 모아놓은 컬렉션이다. 스와치에는 계절의 분위기, 패턴과 색상의 가능성, 그리고 매체의 기술적 표현의 가능성이 담겨 있으며, 보통 패브릭 제품을 실제로 제작하기에 앞서 컬러나 소재감을 살펴보고 완성될 모습을 상상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오래된 스와치 모음을 보며 나는 페인팅 레시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컨대 물감과 미디엄의 배합과 조합으로 달라지는 투명도와 질감 차이, 색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색면을 조합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 미완성 작품에서 잘라낸 유용한 실패값을 활용할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 남아있는 쿠키 반죽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고 쿠키틀을 맞붙여 찍어낸다. 최대한 재료를 아낄 수 있도록. 쿠키를 굽고 남은 반죽. 남은 쿠키 반죽의 형상에서 이유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남은 반죽은 꾸미거나 장식을 위해 임의로 남긴 것이 아닌 효율성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다. 고민 끝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기에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는 것. 합리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곧 버려져 효용을 다할 지도 모르지만.
과거부터 여러 이들의 해석을 통해 변형되고 반복된, 문화적 모티프들을 재료 삼아 기억을 형성하는 이미지를 탐구해 보려고 한다. 캔버스를 테이블처럼 뉘여, 도처에 널린 과거와 미래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늘어놓고 지금 여기에서 층을 더해 나간다. 내가 말하는 층이란, 층과 층 사이에서 서로를 더 잘 매개하고, 물질과 이미지 사이에 위치하며, 지금 여기 놓인 것들이 나에게 어떻게 왔을까 골똘히 생각하게 해주며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과정까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매개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물감층이다. 캔버스는 테이블이 되어 요리가 되고, 벽에 걸려 다른 작업들과 어우러지고, 창이 되어 사람들과 만난다. 나는 누군가가 전해주는 오래된 비법 레시피처럼 테이블로부터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것만을 작업 위에 놓아 보고 싶다.